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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019-12-08]
'환대의 도시'로 가는 길…명예영사에 듣는다
<1> 박수관 베트남 명예총영사
부산이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지난달 25~26일)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아세안(ASEAN) 10개국 정상이 부산을 방문하고, 아시아의 이목이 부산에 집중된 ‘기회’였다. 부산 시민은 ‘환대(hospitality)’의 마음이 어떤 것이며 왜 중요한지 인상 깊게 보여줬다. 이를 계기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각국 명예영사를 만나 부산의 매력과 잠재력을 알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길을 물었다.
박수관 YC TEC 대표이사 회장은 베트남 정부가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전체 베트남 명예영사 150여 명 가운데 1등”이라고 공식 발표한 ‘최고의 명예영사’다. 지난해 8월 박수관 명예총영사를 포함한 부산의 경제사절단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 응우옌 쑤원 푹 베트남 총리가 직접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면서 특별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여기서 적어도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먼저, 각국 정부가 ‘명예영사’의 요건과 활동을 꼼꼼히 챙기면서 ‘평가’한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명예영사는 ‘명예만 있는 영사’가 아니라 두 나라 우호를 위해 열심히 실질적인 활동을 해 두 나라의 가교가 된 ‘명예로운 영사’라는 점이 여기서 확연히 드러난다. 둘째, 역사·문화적 자긍심이 강한 나라인 베트남에서 ‘최고’로 인정한 만큼, 박수관 베트남 명예총영사의 활동과 마음가짐에는 뭔가 특별한 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게 무엇일까?
‘환대의 도시로 가는 길, 명예영사에 듣는다’의 첫 순서로 최근 박수관 베트남 명예총영사를 만난 자리에서 질문은 바로 그 ‘특별한 점’이 무엇이었는지 듣는 데 초점이 맞췄다. 박 명예총영사는 “처음엔 그런 발표가 있었는지 나도 몰랐다”며 잠깐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진심을 담으려고, 진심으로 활동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가 들려준 몇 가지 일화 가운데 ‘2010년 부산 베트남 새댁 피살 비극’에 대처한 사례는 그가 말한 ‘진심으로 대한다’는 마음가짐을 인상 깊게 보여준다.
“제가 맡기 직전 베트남 명예총영사를 하신 박연차 회장께서 워낙 헌신적으로 직무를 수행하신 터라 부담이 컸어요. 명예총영사로 활동해달라는 베트남 정부 요청을 고사하기도 했죠.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쳐 2010년 이 자리를 맡은 지 얼마 안 되어 ‘베트남 새댁 피살 비극’이 터진 겁니다.” 2010년 부산으로 시집온 ‘베트남 새댁’이 일주일 만에 한국인 남편에게 피살된 사건이었다.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인과 한국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다. 숨진 새댁의 부모와 가족뿐 아니라 베트남 정부 측 인사와 베트남 기자들이 부산으로 급히 건너왔다.
박수관 명예총영사는 “무엇보다 옷과 신발도 변변히 갖추지 못한 채 황망히 부산으로 날아온 베트남 새댁의 부모님 모습에 가슴이 정말 아팠다”고 회고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속속 날아드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분노’ 소식에도 가슴이 철렁했다. 정신을 추스른 그는 ‘상주’ 역할을 자처했다. 부산의료원에 빈소를 꾸리고 베트남 새댁 부모님을 진심으로 도왔다. 베트남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부산 상공계 등에 호소해 모금 활동에 나섰다. 이 모금 활동에서 엄청난 성금이 모이기도 했다.
“그렇게 성심성의를 다하자 베트남 현지의 여론과 보도가 조금씩 우호적으로 바뀌는 게 느껴졌습니다. ‘명예총영사로서 내 임무는 진심을 다하는 데 있겠구나’ 하는 깨우침이 문득 왔죠.” 그는 “그 사건 뒤로 비슷한 일이 부산·경남·경북에서 9건 일어났는데 그때마다 그렇게 했다”고 떠올렸다. 베트남에서 부산을 찾는 ‘친구’들을 위한 박 명예총영사의 ‘환대’는 경제와 외교 영역에 폭넓게 걸친다.
베트남은 현재 ‘동남아의 대세’ ‘젊고 활기차며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가진 나라’ ‘연 6~7% 성장세를 보이는 나라’이다. 이런 베트남에서 부산·경남권에도 관심을 기울이도록 그는 노력했다. 그 노력이란 베트남 경제인이나 정치계 인사 등을 환대하고 경청하고 상호 우호에 초점을 맞춘 일이다. 그것이 명예총영사의 일이라고 그는 믿는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거둬 지금은 베트남 총리·국회의장부터 지방정부의 수장까지 한국에 올 경우 꼭 박 명예총영사의 부산 서면 총영사 사무실을 찾는다. 이는 부산 경제계에서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어떤 이는 한국에 오면 반드시 들른다는 뜻에서 ‘순례 코스’라 표현하기도 한다. 지난달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성공 개최와 서울 베트남 대사관 건물 개선 과정 등에서도 그는 큰 힘을 보탰다. 한국도 베트남도 잘 알며 두 나라 사이에 선의와 환대의 가교를 놓는 명예총영사의 일을 그는 즐겁게 한다고 했다.
“재작년 우리나라에 와 있던 베트남 사람이 약 8만 명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18만 명입니다. 부산에 베트남 유학생이 1800여 명 와 있죠. 문화·역사 측면에서도 한국과 베트남은 공유할 점이 참 많습니다. 명예총영사로 해야 할 일도 그만큼 늘어나겠지요.” 잘 알려진 대로 박수관 명예총영사는 법정 스님을 오랜 세월 모신 ‘제자’이며 “아침에 일어나면 부처님과 부모님께 예를 올리고 기도로 하루를 여는” 독실한 불자이다. 그런 그에게서 얻은 키워드는 ‘진심’이다.
조봉권 편집국부국장 겸 인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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