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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18-09-10]
베트남 진출 산증인 박수관 와이씨텍 회장
"현지 사람 아껴야 성공 … 친환경 시대 대비해야"
박수관 와이씨텍 회장은 부산 신발 기업 베트남 진출의 산증인이자 현재 베트남 진출 기업의 최대 후견인이다.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가 "베트남 정부로 가는 모든 길에 박 회장이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박 회장의 베트남 내 영향력은 상당하다.
신발 솔(밑창)을 생산하는 와이씨텍 박 회장에게 베트남 진출 과정에 관해 묻자 첫마디가 "죽고 살기로 했다"였다. 1990년대부터 한국 신발 기업은 인건비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해외 진출을 강요받았다. 한국 신발 기업들은 현지 공장을 위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2000년 8개 중국 업체를 물리치고 나이키와 파트너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2001년부터 베트남 호찌민에서 40분가량 떨어진 빈증성 송탄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생면부지의 땅에서 용지 매입부터 공장 설계, 기계 설치, 직원 모집·교육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죠. 공장이 완공되자 집사람이 한국에서 조기를 가져와 300여 명에게 음식을 대접했고, 대접 뒤 같이 울었습니다."
와이씨텍은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었다. 2002년 나이키 에어를 대체할 에바(EVA·Ethylene Vinyl Acetate)솔 '나이키 프리' 원료와 제품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히트를 기록했다. 박 회장은 "기존의 석유화학 물질을 대신한 에바솔은 가벼운 중량으로 리바운딩이 좋고 마모가 잘 안 되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고 말했다.
와이씨텍은 2007년 솔 자체가 쉽게 휘어지는 '나이키 루나'를 개발해 전 세계에 1억 켤레 이상 판매하는 소위 대박을 기록했다. "루나는 '달을 걷는 것처럼 편하다'는 뜻에서 나온 이름인데, 칼집을 넣어 솔 자체가 쉽게 휘어지도록 했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획기적인 제품을 만든 와이씨텍은 2012년 인도네시아 공장을 설립했고, 2017년부터는 다른 글로벌 브랜드인 '푸마'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나이키 글로벌 파트너로서 6개 공장에 솔을 독점 공급할 정도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친환경 제품 생산이 앞으로의 과제다. 재사용이 가능한 재료로 아웃솔을 생산하기 위해 연구가 한창이다. 썩어 없어지는 아웃솔 개발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또 완제품 생산과 미국 본토 시장 진출을 위해 멕시코에 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박 회장은 2012년부터 베트남 명예 총영사직을 맡아 한국 기업과 베트남 정부 간 소통 창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달 말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베트남 응우옌티낌응언 국회의장이 그를 만나러 부산부터 찾을 예정이다.
베트남 진출 성공 비결을 묻자 박 회장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 일과 베트남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과 베트남 사람을 아껴야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호찌민(베트남)=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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