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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25.11.01]
“오늘만큼은 CEO가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
시월의 멋진 날 박수관 와이씨텍 회장
스물세 번째 이야기–CEO의 아름다운 동행
10월의 마지막 날,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정산빌딩 앞에는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로 분주했다.
     
평소엔 차분한 오피스 빌딩이지만, 이날만큼은 작은 콘서트홀처럼 들뜬 공기가 감돌았다.
     
건물 6층, ‘수홀’ 문을 열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무대 위에는 화려한 세트도, 눈부신 장식도 없었다. 대신 따뜻한 조명 아래로 지난해 노래한 박수관 회장과 ‘4총사’를 정을 과시하는 신정택, 박수관, 최금식, 조용국 회장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곳은 (주)와이씨텍 박수관 회장의 건물로 ‘2025년 시월의 멋진 날 박수관의 스물세 번째 이야기–CEO의 아름다운 동행’이 준비돼 있었다.
     
“오늘만큼은 CEO가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서고 싶습니다.”
     
박수관 회장이 무대 위로 올라 마이크를 잡자, 객석에서 자연스레 박수가 터졌다. 목소리엔 긴장보다 설렘이, 표정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행사는 아나운서 박서현의 밝은 인사로 막을 올렸다. 사회는 신라대학교 이희태 부총장이 맡아 차분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날 음악회에는 신정택 (주)세운철강 회장,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빈대인 BNK 금융지주 회장, 김영주 유창중건설(주) 대표이사, 박수곤 송우산업 대표이사, 김양제 김양제피부과원장, 신상해 전 부산시의회 의장, 정창교 국제식품 회장, 김진수 전 부산일보 대표이사 사장, 이오상 KNN 사장, 설동근 전 교육부 차관, 이해우 동아대 총장, 안희배 동아대병원장, 김광규 서한공업 회장, 김재진 경동건설 회장, 이장호 전 BNK금융지주 회장, 허남식 신라대학교 총장, 김원용 세무법인 덕림 대표세무사, 김영규 전 여수시의회 의장, 신한춘 부산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 이경신 세강 회장, 최영호 나라의료재단 이사장, 김성수 해운대구청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무대에 올라 축사를 전했다. “박 회장은 기업인이기 전에, 늘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분입니다. 이 행사가 이제는 부산의 가을을 대표하는 따뜻한 축제가 되었습니다.”
     
축사가 끝나자 잔잔한 전주가 울렸다.
     
‘편지’, ‘내 마음의 보석상자’, ‘남자라는 이유로’, ‘동백 아가씨’, ‘그 겨울의 찻집’…. 누구나 한 번쯤 흥얼거려본 곡들이 관객의 입을 통해 다시 피어났다.
     
무대 아래에서는 참석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며 리듬을 탔다. 또 준비된 응원 봉을 들고 때로는 손뼉으로, 때로는 미소로 화답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이내 사라졌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환한 웃음이 터졌고, 서로의 눈빛에는 묘한 공감이 오갔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CEO도, 교수도, 회장도 아니었다.
     
그저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잠시 휴식 후, 무대 위에는 다시 박 회장이 섰다.
     
그가 부른 첫 곡은 ‘감사’. 차분히 시작된 멜로디는 점점 깊어졌고, 목소리는 감정의 파도를 타듯 흔들렸다.
     
‘내 곁에 있어 고마운 사람’, ‘그대라는 등불’, ‘이래도 되는 건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창밖의 여자’. 노래 하나하나마다 그의 인생이 스며 있었다.
     
관객석에 앉은 한 중년 부부는 손을 꼭 잡은 채 눈시울을 훔쳤다. 무대의 온도는 점점 높아졌다. 이윽고,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인 두 명이 무대에 올랐다. 신정택 (주)세운철강 회장, 조용국 (주)코렌스그룹 회장.
     
그들은 박 회장과 함께 20년 넘게 음악회를 이어온 ‘3총사’다. 신 회장은 묵직한 음성으로 ‘당신은 명작’ ‘방황시인 김삿갓’ 등을 불렀고, 조 회장은 ‘이태원 연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을 연이어 열창했다.
     
객석에서는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노래가 끝나자 박 회장이 두 사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우리의 인연이 노래로 이어진 지 벌써 스물세 번째네요.”
     
말 끝에 웃음이 섞였고, 객석에서는 또 한 번 따뜻한 박수가 쏟아졌다.
     
공연 중간, 조명이 살짝 낮아지고 스크린에 새로운 영상이 떴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무대 위 조명이 환히 비추자 박수관 회장이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장으로서 공식 무대에 선 그는 특유의 단정한 미소와 함께 마이크를 잡았다.
     
“세계 최초의 섬박람회를 통해 남해안의 섬들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부산, 거제, 통영, 남해까지… 함께 새로운 남해안 관광시대를 열어갑시다.”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에 객석이 술렁였다.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맞아요”라는 낮은 탄성도 들려왔다. 그 말에는 한 지역 기업인의 포부를 넘어, 고향 바다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진심이 묻어 있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여수 출신인 박 회장을 응원하기 위해 고향 사람들도 대거 자리를 함께했다. 그의 오랜 봉사단체 ‘우리 이래로’ 회원들은 통일된 티셔츠를 입고 플래카드를 흔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손에 든 팸플릿에는 ‘섬, 미래로 이어지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누군가 “박 회장님, 여수 자랑이에요!”라고 외치자 박 회장은 잠시 무대를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었다.
     
     
음악회는 어느새 ‘감사의 무대’에서 ‘비전의 무대’로 확장되고 있었다.
     
그가 말한 ‘아름다운 동행’은 단순히 사람 간의 인연이 아니라, 지역과 세계를 잇는 마음이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부산롯데호텔에서 700명이 참석했던 대규모 행사에 비하면 규모가 대폭 줄었다. 200여 인원. 그러나 작아진 자리만큼 더 깊어진 교감이 있었다. 조명, 음향, 식사 메뉴 하나까지 박 회장이 직접 기획하고 점검했다.
     
행사 전날까지 리허설을 지켜보며 “무대보다 마음이 먼저 준비돼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회장님이 직접 의자 간격까지 체크했다”며 웃었다. 행사장 입구에는 박 회장이 직접 고른 장미꽃이 장식돼 있었다.
     
붉은 꽃송이마다 작게 달린 택에는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감사합니다.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공연 막바지, 박 회장은 노래 사이사이에 짧은 이야기를 곁들였다.
     
“IMF 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 시절 음악이 제게 위로를 줬습니다. 그때부터 생각했어요. ‘나를 도운 음악을, 다시 사람들에게 돌려드려야겠다.’”
     
그의 말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삶의 고백처럼 들렸다. 그가 말하는 ‘나눔’은 거창한 기부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잇는 가장 따뜻한 방법이었다.
     
무대의 마지막 곡은 ‘추억의 소야곡’.
     
박 회장은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누군가는 리듬에 맞춰 손을 흔들었고, 누군가는 눈을 감은 채 따라 불렀다.
     
노래 끝, 공연장은 커다란 박수로 하나가 되었다.
     
무대 위로 꽃다발이 오르고, 박 회장은 열띤 응원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백화점 상품권을 깜짝 선물했다.객석에서는 웃음과 놀라움이 동시에 터졌다.
     
신한춘 회장은 “무대에 선 세 명의 기업인이 숨겨둔 끼를 발산하며 10월의 마지막 밤을 힐링의 시간으로 바꿨다”며 “박 회장의 인생과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무대였다”고 전했다.
     
마지막 시간, 박 회장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객석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오늘만큼은 CEO 박수관이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고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기억해 주세요.”
     
조명이 천천히 어두워지고, 잔잔한 피아노 반주가 다시 흐른다. 그의 눈가엔 살짝 눈물이 맺혀 있었다.
     
객석 어딘가에서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멋진 밤이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 한 CEO의 노래는 그렇게 사람과 세상을 잇는 ‘아름다운 동행’으로 완성됐다. 그의 목소리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가을밤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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