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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13.8.7>
[만나봅시다] 박수관 주 부산경남 베트남 명예총영사
지역·국경 뛰어넘어 '맑고 향기로운 세상' 만들기 앞장
▲ 박수관 주 부산경남 베트남 명예총영사가 총영사관 집무실에서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과 그동안 추진된
한국과의 경제 협력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2010년 7월. 스무 살이던 베트남 새댁 탓티황옥 씨는 부산으로 온 지 8일 만에 정신 병력을 가진 남편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달콤한 신혼을 기대했던 탓티황옥 씨의 꿈은 피어보지도 못한 채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당시 박수관(62) 주 부산경남 베트남 명예총영사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그녀의 빈소를 지켰다. 유족들의 체류비용 일체를 부담한데 이어 위로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렇듯 그는 베트남 출신 외국인들이 한국 생활 과정에서 직면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해주는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베트남 교류·협력 증진
베트남인 인권 문제 향상 기여
지난달 베트남 명예총영사 재취임
'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 이끌며
독거노인 지원·장학금 등 봉사활동
재부산 호남향우회 회장도 맡아
"갈수록 삭막해져 가는 우리 사회에
인간 본연의 마음 확산되도록 최선"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그녀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아직도 학대와 수모를 견디며 이역만리에서 하루하루를 견뎌야 하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은 이미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전체 외국인은 145만여 명에 달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결혼이주 여성과 외국인 근로자를 한층 따뜻하게 보듬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지난달 말 명예총영사로 재취임했다. 2010년 베트남 정부의 요청에 의해 총영사로 취임한 이후 한국과 베트남의 교류·협력 증진, 베트남인들의 인권 문제 향상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을 잘 알고 있는 베트남 측이 그의 연임을 간곡하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박 명예총영사는 베트남 정부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2011년 말에는 베트남 국가주석이 부산진구 부전동의 베트남 명예총영사관을 직접 찾아 고마움을 표시한데 이어 지난해 말 베트남 정부는 이례적으로 외국인인 그에게 베트남 최고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박 명예총영사는 또 지난 4월 베트남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부산 경남지역 기업인들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베트남을 방문, 양국의 경제 교류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베트남은 세계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6% 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규제 완화와 정부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가교 역할을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박 명예총영사는 다양한 기업체를 경영하는 CEO이기도 하다. 신발과 관련된 첨단 신소재와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체 등을 경영하는 박 명예총영사는 지난해 무역의 날에 동탑산업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그는 현재 김해에 자리한 ㈜YC TEC KOREA, 영창신기술을 비롯해 베트남에도 종업원 2천 명 규모의 ㈜YC TEC VIETNAM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 인도네시아에 종업원 1천200명 규모의 ㈜YC TEC INDONESIA를 설립하는 등 생산 규모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정산개발과 정원개발, 대형 화물선박의 해치커버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동원중공업 등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신발산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0년대 중반. 지금은 전남 여수시로 통합된 여천군의 자그마한 섬마을 출신인 그는 고학을 하며 서울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가 결국 가정형편 때문에 자퇴한 뒤 부산의 자그마한 신발업체 직원으로 취업해 생계를 이어갔다고. 이후 박 명예총영사는 그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당시 사장의 제안으로 그 업체를 인수해 현재의 기업체로 일궈냈다.
"처음엔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외상 거래를 하지 않다 보니 신발산업이 연쇄 위기에 몰렸을 때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또 기술을 개발해야 살아남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고발포성 신발 겉창과 중창을 생산하는 기술을 국산화하는 등 초경량, 고품질 신소재 개발에 주력해 나이키 등 거대 회사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얻은 것이 주효했습니다."
박 명예총영사는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현재 5천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봉사 단체인 '㈔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 회장으로 활동하며 어려운 이웃들을 보듬고 있다. 이 단체는 그가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법정 스님의 가르침인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1994년 창설했다. '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은 현재까지 혼자 사는 노인 1천20여 명에게 매달 생활보조금과 밑반찬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데 이어 학생 1천4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특히 해마다 여름방학 기간 중·고등학생 1천 명을 모집해 사회복지시설 봉사 활동 등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박 명예총영사는 또 2011년부터 재부산 호남향우회장을 맡아 매년 부산과 호남지역의 청소년들의 대대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2012년에는 여수세계박람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박 명예총영사는 "요즘 우리 사회가 갈수록 삭막해져 무척 안타깝다"며 "아름답고 향기 나는 인간 본연의 마음을 한층 확산시킬 수 있도록 비록 적은 힘이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영철 기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