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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 박수관 부산모임 회장

등록일 : 2011-05-25 조회 : 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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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 박수관 부산모임 회장    (부산일보  2011년 5월 14일자)

        "사회의 그늘진 곳 살피는 데 더 많은 노력"

 

 

특정 목적이나 이념을 가진 시민단체는 많다. 하지만 특정인의 뜻을 직접 받들며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단체는 흔하지 않다. 사단법인 '시민모임 맑고향기롭게'는 그런 점에서 태동부터 다르다. '무소유'로 잘 알려진 법정스님의 말씀을 좇는 사회봉사단체다. 그 '무소유'란 단어 속에 새로운 공동체 구축을 향한 스님의 의지가 시나브로 녹아 있다.

 

'맑향'은 스님이 지난해 입적하기 직전까지 직접 이사장을 맡아 운영했다. 유언을 통해 자신의 저작권을 맡긴 곳도 맑향이었다. 1994년 3월 창립된 맑향은 부산과 서울, 대구, 광주 등 모두 6개 지역에 시민모임을 두고 있다. 그 중 활동이 가장 활발한 데가 맑향 부산모임이다. 그 중심에 박수관(60·동원중공업 대표) 부산모임 회장이 있다. 그는 중앙본부의 이사도 맡고 있다.

 

 

욕심 줄이고 더불어 사는'무소유'가치 실천

병든 사람 치료 특별히 초점 맞춰 지원활동

 

 

"어느 날 스님께서 저를 비롯해 몇 사람을 조용히 부르더군요. 불러서 하시는 말씀이 자연 훼손과 인간성 상실이 심각하다며 이를 예방하는 일을 함께해보자는 겁니다." 참석한 모두가 동의했다. 그때 만들어진 글귀가 '맑고향기롭게'다. 그 글귀도 스님이 직접 지었다.

 

모임 결성은 순조로웠다. 특히 그가 제안한 부산 강연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스님은 전국을 돌며 모임 결성의 취지를 알렸다. 그도 지근거리에서 스님을 도왔다. "길상사의 초대 주지를 맡은 청학 스님과 맑고향기롭게란 스티커를 제작해 배포하는 일도 제 몫이었지요." 사실 그는 스님의 유발상좌(有髮上佐) 8명 중 한 명이었다. 유발상좌란 머리카락을 깎지 않은 속세의 제자를 일컫는다.

 

맑향은 실천 덕목으로 '마음을, 세상을, 자연을'을 표방하고 있다. 이것도 스님이 제안했다. '마음을'이란 맑고 향기로운 마음으로 욕심을 줄이고 화내지 말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세상을'은 외로운 이들, 특히 밥을 굶는 이웃을 위해 자기의 것을 나누자는 취지다. "마지막의 '자연을'은 생명의 존엄을 배우고 사소한 일상이라도 생태적으로 살자는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마음을 맑게 하고, 세상과 나누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면 맑고 향기로운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스님의 의중이라고 그는 말을 전했다.

 

그가 법정스님을 처음 만난 것은 24년 전이었다. "전남 순천 송광사의 불일암에 기거하고 있던 스님의 친견을 어렵게 받아냈지요." 그러나 첫 친견 때의 인상은 대단히 차갑고 두려웠다고 그는 회상했다.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분이셨어요." 이후 만남은 잦았다. 그는 수시로 스님을 찾았고 그때마다 스님은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주 표명했다. 명진(明眞)이라는 법명도 그 무렵 받았다. 밝고 참되게 정진하라는 당부가 담긴 법명이었다고 그는 소개했다.

 

 

맑향 부산모임 회원은 3천600여 명가량 된다. 대다수가 스님 말씀에 감화된 사람들이다. 그 중 120여 명은 독실한 자원봉사자다. 고아원과 양로원, 홀로 사는 노인 등에 대한 봉사활동을 이들이 죄다 맡고 있다. 그러나 부산모임이 특히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병자에 대한 지원이다.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아파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일 겁니다. 그런 사람을 우선 도와야 합니다." 그동안 맑향 부산모임의 도움을 받아 쾌차한 사람이 수십 명에 달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가슴 아픈 일도 더러 있었다. 노력은 했지만 생명을 되찾지 못한 경우다.

 

"혈액과 관련된 질병을 앓던 중학생과 여대생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원해 수술까지 잘 마쳤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어요. 결국 두 생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와 영원히 헤어져야 했지요." 그는 지금도 이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스님은 '맑고향기롭게'가 종교를 초월한 사회봉사단체가 돼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어요. 누구나 본성이 맑으니 그 본성을 찾도록 우리가 돕자고 하셨지요." 그는 그런 스님의 뜻을 받들어 앞으로도 사회의 그늘진 부분에 맑향이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말씀이 온 세상에 퍼져 더 이상 고통 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부산일보 ㅣ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ㅣ21면 | 입력시간: 201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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