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지 입니다.

독거노인께 따뜻한 사랑을

12월 28일 부산일보 칼럼    박수관 회장  

요즈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주위에는 사회의 온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러한 사람들 중에서도 날씨가 추워질수록 유달리 마음이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혼자 외롭게 사시는 독거노인들이다.

맑고 향기롭게 회원들과 함께 독거노인들을 찾아뵙고 작은 정성이나마 전하는 일을 시작한 지 어느새 5년이 지났다. 그 동안 찾아간 대부분의 독거노인들은 겨울이면 실내 온도와 실외 온도가 별 차이 없는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세 끼 식사를 모두 먹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생각될 정도로 빈약한 식생활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찾아오는 이 하나 없어 그저 사람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할 정도로 고독한 삶을 살고 있다.

독거노인들 중에는 풍요로운 젊은 날을 보냈지만 한순간의 불행으로 가족을 잃고 홀로 살게 된 경우,자식은 있으나 자식들마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여서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혼자 사는 경우 등 사연도 참 다양하다.

안타깝게도 최근 우리 사회에는 독거노인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독거노인의 지속적 증가는 여러 가지 이유와 관련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평균수명의 연장,노인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의 쇠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곧 우리나라도 노인문제가 보편화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00년 7%를 넘어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하였고 2022년이면 14%를 넘는 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변하는데 프랑스는 115년,스웨덴은 85년,지금까지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일본도 25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이에 적응하지 못한 노인들도 많아질 것이며 상대적으로 독거노인도 많아질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독거노인은 2000년 54만여명에서 2003년에는 68만여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산시에도 약 5만여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공식적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독거노인들이 상당수가 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이다.

독거노인들은 사회적 냉소와 고독,빈곤,각종 질병 등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병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독거노인의 치매,우울증 유병률은 가족동거노인보다 각각 1.5배,1.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각종 장애로 가족이나 이웃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방치된 독거노인이 전국적으로 19만7천여명에 달하는 등 독거노인 문제가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화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다소 늦기는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독거노인문제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여 친노인환경 조성,실질생계비 지원,취업기회 확대,의료 지원,여가활동 지원과 같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마련을 통해 복지국가의 기본이념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주변 독거노인의 모습이 바로 나의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독거노인을 위해 작으나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친절하게 인사하고 다정하게 말 건네기,빨래와 청소,의류 및 생필품 전달,가정도우미 등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독거노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많다.

독거노인들에게 정을 나누면 나누는 만큼 자신의 마음과 삶도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독거노인을 돕는 것은 바로 자신을 위해 복을 짓는 일이라는 마음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가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독거노인이 이승에서의 삶이 힘겨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없도록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노인을 공경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며 가장 순수하고,아름답고 맑고 향기로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