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새댁의 슬픈 장례를 마치고
7월 23일 부산일보 기고 박수관 회장
달콤한 신혼의 꿈과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온 지 일주일 만에 남편에게 살해된 베트남 새댁 탓티황옥 씨의 장례가 끝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슬픔과 미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비통한 소식을 접하고 한국으로 달려와 통곡하는 부모의 모습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려 더욱 가슴이 아프다.
탓티황옥 씨의 부모님에 따르면 그녀는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가족에게 경제적인 보탬을 주기 위해 호찌민 시로 떠나 일을 시작한 뒤로 적은 월급을 아껴 매달 생활비를 보냈던, 효성이 지극한 딸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우리나라로 시집을 오게 된 것은 한국에 대한 동경과 한국에 가게 되면 잘살 수 있고, 자신이 잘살게 되면 가족들에게도 미약하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효성이 지극한 새댁을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죽음으로 이르게 한 것에 대해 이유야 어떻든 베트남 명예총영사로서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함께 유족들에게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사실 국제결혼이 전체 혼인건수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국제결혼과 관련한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국제결혼 여성들은 원활하지 못한 언어소통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남편의 폭력과 비인격적인 대우로 인해 고통의 삶을 살고 있는 이주 여성들이 상당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계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우리나라에 대한 대외적 신뢰도와 이미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게 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국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이런 후진적이고 안타까운 현상 속에서도 한편으로 감사한 것은 베트남 새댁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부산 시민은 물론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위로의 말과 더불어 성금을 보내와 우리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유족들에게 전해졌고, 부산시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무사히 장례를 치르게 되어 유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노력이 취재를 위해 우리나라에 온 호찌민 시 여성신문사의 응이아인 기자를 통해 베트남 현지에 전달되면서 현지 분위기도 상당히 완화되었다고 한다.
이런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에 걸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우선 정부는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국제결혼 관련 업체도 이기적 욕심으로 인해 국익과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결혼을 알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당사자인 국제결혼 남성들의 경우도 남편 하나만 믿고 의지할 곳 없는 먼 이국으로 결혼해 온 여성들의 심정을 헤아려 따뜻한 관심과 배려, 사랑과 더불어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극복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부산경남 베트남 명예총영사관에서도 이와 같은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베트남 다문화 가정에 대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끝으로 이번 베트남 새댁 사망 이후 끝까지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베트남을 사랑하는 모임, 어울림, 각계 언론사, 부산시, 사하구청 및 사하경찰서를 비롯한 많은 정부기관, 부산상공회의소, 무엇보다 시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